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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류희림은 떠났지만 직원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호루라기
  • 2025-08-13
  • 조회수 12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095

 

류희림은 떠났지만 직원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인터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검찰 송치된 민원사주제보자들

해결된 것 없이 상황 더 안 좋아져류희림 무혐의한목소리 비판

법률 지원 나선 공익제보지원센터 공익 목적 위한 정당 행위

 

박재령 기자

ryoung@mediatoday.co.kr

입력 2025.08.12 15:58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은 떠났지만 직원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경찰이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민원사주의혹에 대해 지난달 21일 무혐의 처분(업무방해죄)을 내린 가운데 해당 의혹을 신고한 제보자들은 지난달 25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방심위 직원들이 류희림 전 위원장의 민원사주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한 것이 202312월이다. 위원장 가족과 지인 등 사적 이해관계자 수십명이 특정 방송에 대해 복붙민원을 쏟아낸 초유의 사건인데 2년 가까이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신 진상규명을 요구한 직원들만 위법 처분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류희림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아직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공익제보자 지경규 방심위 지상파방송팀 차장, 탁동삼 방심위 연구위원을 지난 7일 만났다. 이들을 대리하고 있는 양성우 변호사(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도 함께했다. 인터뷰는 서울 서초구 양재역 인근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문제 알리고 해결 노력했던 사람들에 대해선 과도한 수사

 

-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공익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소식을 듣고 심정이 어땠나.

 

탁동삼=송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렇지만 최근 류희림 민원사주건이 무혐의가 나와 더 상심이 컸다. 정부가 바뀌면 다른 결과가 나올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서 놀랐고 다시 각오를 다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경규=류희림과 저희들에 대한 수사가 너무 차이 난다.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류희림은 방심위라는 기구의 기능과 신뢰를 다 망친 사람이다. 그런 사람한테는 봐주기 수사를 하고 그 사람의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에 대해선 과도한 수사를 했다고 생각한다. 황당하다는 느낌이다.

 

 

- 방심위 직원들의 지속된 저항으로 류희림 전 위원장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어찌 보면 구성원들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데, 내부가 마냥 기쁜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지경규=류희림은 떠났지만 그가 저지른 과거 행적들에 대한 법적 책임이 남아 있다. 이것이 잘 해결되지 않아 구성원들의 불만이 있다. 류희림은 대부분의 평직원 정기 승진도 제대로 안 해주고 나갔다. 책임지지 않고 회피성으로 나갔기 때문에 불만은 여전하다.

 

- 지경규 차장과 탁동삼 위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지경규 차장과 직원 A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다. 어떤 부분에 대해 경찰이 위법 판단을 한 것인가.

 

양성우=개인정보보호법 593(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이용, 훼손, 멸실, 변경, 위조 또는 유출하는 행위) 위반 혐의와 정보통신망법 481(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반 혐의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개인정보인 민원인 정보를 언론사 등 외부로 유출했다는 것이고,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서버 관리 담당이 아닌 직원이 권한이 없는데도 내부 서버에 접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보자들의 행위는 개인의 이익 목적이 아닌 공익 신고가 목적이었다. 방심위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한 공익적 목적인데 이에 대한 평가가 수사 단계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 공익 신고의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있다. 적용될 수 있는 사례라고 보나.

 

양성우=당연하다. 공익신고자 보호는 법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실무적으로도 수사기관이 이를 고려해서 기소유예 혹은 불기소 처분을 할 수 있다. 제보자들의 행위를 정당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공익을 목적으로 한 행위라고 경찰이 인정한 사례가 있나.

 

양성우=정당행위라고 생각해서 불송치 결정을 하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당연히 이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결론(제보자 송치)이 류희림 전 위원장의 민원사주무혐의 처분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한쪽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민원인 정보 유출해 위법? “해결 위해 불가피했다

 

- 202312, 공익제보 시점으로 돌아가보자. 류희림 전 위원장의 민원사주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하면서 뉴스타파, MBC 등 언론에도 제보했다. 어떤 부분에서 제보가 불가피했다고 느꼈나.

 

지경규=2023927, 류희림 동생의 민원 사실을 알리는 사내 게시글을 올렸다. 경향신문에서 그 글을 기사화(20231010)했고 다음 회의 때(20231012) 김유진 위원이 방심위 공개회의에서 제 글을 언급했다. 저는 당시 이 정도 했으면 공론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국회에서도 류희림의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지적이 나오겠거니 싶었는데 그런 게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불가피했다고 생각한다.

 

탁동삼=내부의 문제제기를 다 무시하고 과징금 결정(뉴스타파 인용보도)이 나왔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건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내렸다. 권익위도 당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김홍일 위원장 체제라 권익위 신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민원인 정보는 민원사주의혹의 핵심이다. 개인정보라고는 하지만 이름과 연락처 등 민원 내용에 대한 언론 제보가 불가피했다. 이 사안의 특성이 그랬다.

 

- 류희림 전 위원장은 민원사주의혹이 터지자 바로 개인정보유출 혐의로 제보자들을 수사의뢰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가 사건을 받아 지난해 1월과 9월 제보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정작 민원사주의혹에 대해선 강제수사(양천경찰서)가 이뤄지지 않았다.

 

양성우=강제수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류희림 전 위원장과 민원인들이 어떤 소통을 했는지 관련자 진술밖에 없다. 민원인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 제보자들에 대해선 사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이메일 확인을 위해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까지 압수수색했다. 누가 보더라도 공정성을 잃은 편파적 수사다.

 

 

- ‘민원사주의혹과 관련해 양천서가 류희림 전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까지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족 민원을 인지했으면서도 심의를 회피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 대상이라고 봤다. 다만 형사처벌(업무방해죄)이 어렵다는 결론인데, 수사를 초기부터 제대로 했으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 보나.

 

탁동삼=이것이 과태료 부과 사안이라는 걸 몰라서 저희가 신고한 것이 아니다. 류희림 전 위원장이 왜 이렇게까지 방송사들을 심의하려 하고 무엇 때문에 사실을 숨기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면 더 본격적으로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것은 일종의 꼬리 자르기.

 

양성우=류희림 전 위원장의 지위를 봐야 한다. 최종 의결할 때 심의 민원들을 다수 시민들의 순수한 문제제기라고 위원장이 오인하게 만든 것 아닌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될 수 있다. 당시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에 대해 여러 정치적 맥락이 있었다. 당연히 특정한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지경규=류희림 가족들이 제기한 민원이 아니었다면 뉴스타파 인용보도에 대한 긴급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뉴스타파 인용보도를 긴급심의하기 위해 다른 심의 업무도 무척 지연됐다. 류희림이 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방송일 기준 9개월 심의가 밀렸는데, 류희림이 오고 난 뒤(202410) 계산해보니 안건이 16개월 지연되고 있었다. 사무처 입장에서도 실질적인 업무 방해를 당한 것이다.

 

 

- 경찰은 류희림 전 위원장에 대해 3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아 강제수사를 못했다는 입장이다.

 

탁동삼=제한된 조건 하에서 (경찰이) 최선을 다했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그 제한된 조건을 누가 만들었는지 묻고 싶다. 경찰 스스로 그런 조건을 만든 것 아닌가. (류희림을) 고발한 게 지난해 1월이다. 그런데 지난해 8월이 돼서야 영장을 처음 신청했다. 검찰과 약속대련식으로 영장을 청구하고 반려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

 

- 류희림 전 위원장은 물러갔지만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심적으로 지치진 않나. 지난해 10월 인터뷰 때는 망가진 삶을 이 악물고 버텨야 하는 상황 같다”(탁동삼)라는 소회가 나왔다.

 

지경규=실질적으로 해결된 게 없다. 지난해 10월 인터뷰할 때보다 어떻게 보면 더 안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법적인 절차도 저희가 예상했던 것이랑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류희림은 나갔지만 그 사람이 남긴 흔적들이 너무 부정적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 방심위가 빨리 정상화가 되고 직원들의 처우 개선도 이뤄져야 그제서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탁동삼=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건 20239월 이후 그대로다. 거의 2년째라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개인적 의문이 있다. 방심위 직원들이 크든 작든 모두 상처를 어느 정도 입었다. 이 상처를 씻기 위해서는 결국 방심위가 정상화가 돼야 한다. 그리고 류희림이 망쳐놓은 것들을 바로잡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의 류희림 무혐의 처분은 위원장의 민원사주를 용인시켜주는 결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 공익제보자들만 검찰에 송치되는 문제가 반복되면 우리 사회에서 공익제보를 하기가 쉽지 않아질 것 같다.

 

양성우=많은 분들이 지금도 제보를 망설이고 있는 이유다. 제보자들은 어쩔 수 없이 위축되고 여러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다. 거기다 형사사건으로 가거나 민사로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오면 더 견디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수사 기관에도 확장해 적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괴롭히기식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것도 명백히 제보자들에 대한 불이익 조치로 규정해야 한다.

 

지경규=저희는 소송비용 모금을 받았다. 직원들과 방심위 외부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공익제보가) 경제적으로 압박이 너무 심할 것 같다. 이들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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