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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내부고발자의 고통(주간경향 2016.7.6.)

  • 호루라기
  • 2016-07-06
  • 조회수 203

 

끝나지 않는 내부고발자의 고통  (주간경향 1183호, 2016년7월5일자)

 

ㆍ대법원이 무죄 내려도 재징계 두고 법정다툼… 법무부 보호관찰관 정신과 입원까지 약 1년 전인 지난해 6월 23일, 법무부 보호관찰관 ㄱ씨(42)는 2년 반 만에 직장으로 복귀했다. ㄱ씨는 ‘소년원 도가니’ 사건의 내부고발자다. 소년원에서 수감된 청소년들에게 얼차려 등 온갖 가혹행위를 한 것이 2011년 10월 TV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게 ‘소년원 도가니’ 사건이다.사건이 터진 이후인 2012년 4월, 법무부는 내부 감사를 시작했다. 다른 직원들은 1시간 정도 조사를 받은 데 비해 ㄱ씨만 유독 하루 종일 조사를 받았다. 법무부는 2012년 7월 ㄱ씨를 공문서 위조,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2012년 12월 6일 ㄱ씨를 해임했다.


법원은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2014년 11월 서울북부지법이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대법원도 무죄를 내렸다.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ㄱ씨의 자백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진술을 제외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판결이 나온 뒤 ㄱ씨는 복직을 기다렸다. 두 달여를 기다려 복직은 이뤄졌지만 사유가 이상했다. 지난해 6월 16일 인사혁신처는 ‘해임’이었던 ㄱ씨의 징계를 ‘무효’가 아니라 ‘정직 3개월’로 변경시켰다. 법무부가 제시한 징계사유 중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건에 대해서만큼은 징계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다만 해임 처분이 이뤄졌던 2012년 12월부터 정직 시점을 계산하기 때문에 ㄱ씨가 복직을 할 수는 있었다.


ㄱ씨는 재징계를 통보받는 과정에서 “법무부 쪽 사람이 어차피 3개월 정직은 형식적인 것이니까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짓고 다시 잘해보자는 말도 했다”며 오히려 기자에게 “손해볼 것 없으니까 짓지도 않은 죄를 인정하라면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법무부 측은 ‘소년원 도가니’ 사건이 TV에 나오기 전부터 ㄱ씨의 비위행위를 알고 있었고, ㄱ씨가 내부고발자임을 안 것은 2013년 4월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내린 정직 처분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ㄱ씨가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법원이 ㄱ씨가 자신의 징계혐의를 인정했던 진술서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ㄱ씨가 2009년부터 정신질환을 심각하게 앓고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다.법무부, 일부러 원거리 출퇴근시켜 ㄱ씨는 “재판이 있기 전엔 직접 보호관찰 대상자들을 찾아다니며 상태를 점검하는 외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과거와 다른 업무에 적응하느라 신경이 더욱 쇠약해졌다”고 말했다.지난해 8월 31일 법무부는 ㄱ씨를 수원보호관찰소 내근직으로 발령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ㄱ씨의 집에서는 출근하는 데만 2시간가량 걸리는 위치다. 결국 ㄱ씨는 올해 5월 병가를 내고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 정신과에 입원했다. ㄱ씨는 “정신과 진단만으로 입원되는 게 흔한 일이 아닌데, 그만큼 상태가 위중해졌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ㄱ씨는 복직 직후 바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직 3개월’도 무효라는 취지다. 소송이 시작되자 법무부는 법원에 ㄱ씨를 징계할 만한 사유가 총 10가지라고 밝혔다.기자와 만나기 전날이었던 6월 6일, 김씨는 병원 측으로부터 어렵게 허락을 받아 외출했다. 자신의 과거 보호관찰 대상자였던 ㄴ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법무부가 제기한 10가지 징계사안을 반박하는 자료를 모으려면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길 때 증거수집에 나서야 한다는 게 ㄱ씨의 설명이다.ㄴ씨는 법무부의 10가지 징계사안 가운데 ‘하급자에 대한 모욕’ 부분에 등장하는 사람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1년 9월 말 ㄴ씨는 서울보호관찰소에 해외여행을 위한 여행신고필증을 발급받으러 왔다. ㄱ씨의 하급자이자 여행신고필증 담당자인 ㄷ씨의 업무처리가 미숙하자 ㄱ씨는 ㄷ씨에게 “일도 못하는 게 밥은 잘 처먹어요” 등의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는 것이다. 또한 법무부는 ㄱ씨의 말을 들은 ㄴ씨가 직원 ㄷ씨에게 “저분 때문에 많이 힘드시겠어요”라는 말을 했다며 “ㄱ씨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6월 6일 ㄴ씨가 ㄱ씨를 만나 건넨 진술서의 내용은 사뭇 다르다. 진술서에서 ㄴ씨는 “2011년 9월 말에는 서울보호관찰소에 간 일이 없다. 그해 12월에 해외여행을 간 적은 있는데, 그 직전에 서울보호관찰소에 간 것은 기억난다”는 취지로 말했다. ㄱ씨는 “나는 ㄷ씨에게 모욕적인 말을 한 적이 없다. 자료를 뒤져보니 ㄴ씨가 찾아온 것도 11월 말이다. 법무부가 녹음자료를 제시한 것도 아니고, 유일한 증인인 ㄴ씨도 2011년 9월 말에 찾아온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징계사유가 되냐”고 말했다.ㄱ씨는 이어 법무부의 징계사안 10개를 조목조목 반박해 나갔다. 법무부는 징계사유를 설명하며 군데군데 ㄱ씨가 직접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문서를 작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ㄱ씨는 “법원도 나의 정신과 병력을 들어 진술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안 된다고 봤다. 법원이 판단 내린 것과 다른 사안이니까 이것도 전부 1심부터 대법원까지 판결을 받으라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상관 명령 불복종, 보호관찰대상자 부당처우 등 법무부가 제시한 징계사유를 하나하나 설명하던 ㄱ씨는 애초에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는 절차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무효라고 말했다.공무원 징계령에 따르면 징계 요구권자는 징계의결요구서 사본을 징계혐의자에게 송부해야 한다. 징계의결요구서를 당사자에게 송부하지 않아서 징계가 철회된 과거 판례도 있다.법무부는 2012년 10월 19일 오후 6시에 서울보호관찰서 행정지원과 직원이 직접 ㄱ씨를 만나 징계요구의결서를 교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ㄱ씨의 자필이 적힌 수령증도 받았기 때문에 “징계의결요구서의 미교부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봤다.ㄱ씨는 징계요구의결서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근무지 내 출장내역’을 보면, 행정지원과 직원 김씨는 2012년 10월 19일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성북구로 출장을 나갔다.ㄱ씨는 기자에게 설명하던 도중 가방에서 수첩 하나를 꺼냈다. 2012년 자신의 활동 내역을 빼곡히 기록한 것이다. ㄱ씨의 수첩에 적혀 있는 바에 따르면, 그는 2012년 10월 19일 오후 7시부터 생활법률 공부를 했다. ㄱ씨는 “예전부터 법에 관심이 많아 로스쿨 진학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법 공부는 주로 집 앞 도서관에서 했는데 우리 집은 성북구가 아닌 노원구에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시간 걸려도 이 소송 끝까지 갈 것”
 
 법률 공부를 하기 전에는 오후 6시에 징계의결요구서를 전달받았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ㄱ씨는 “성북구에 아는 사람도 없고 다른 연고도 없는데, 그 문서를 받으러 내가 일부러 나갔을 리가 없다. 징계의결요구서를 받은 기억이 전혀 없는데 자필 수령증이라는 것은 어떻게 나온 것인지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ㄱ씨를 처음 만난 3년 전만 해도 ㄱ씨의 머리숱이 이마의 절반 정도는 덮고 있었다. 환자복을 입은 ㄱ씨에게 이제 남은 것은 주변머리뿐이다. ㄱ씨는 “정직처분을 인정하는 순간 나 스스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 내부고발을 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밖에 안 된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행정소송도 끝까지 가고, 나를 무고했던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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