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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제21대 대통령선거’와 ‘시민’과 ‘공익신고’ / 김창희 이사 기고

  • 호루라기
  •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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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21대 대통령선거시민공익신고

 

 

김창희 호루라기재단 이사

 

 

63일 실시된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리고 모두의 대통령’,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의 출범을 알렸다. 지난해 123내란의 밤으로부터 시작해 꼭 6개월 동안 한국 사회를 격동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던 우여곡절이 일단 마무리된 셈이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탄핵 의결내란수괴 구속과 석방헌재 탄핵 결정대통령 선거 등으로 숨가쁘게 이어져 온 과정 하나하나가 언제 일이냐 싶게 아득하기만 하다.

그 과정 중에서 합리적상식적 판단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고, 그런가 하면 우리 사회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들도 여럿 있었다. 그래서 외국의 언론과 정치학자들도 이런 극적인 사태의 진행을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처음에는 그저 충격적인 사태라고만 언급하다가 마침내 한국 사회의 민주적 복원력(democratic resilience)을 보여주었다고 적극적으로 평가하기에 이르렀다.

 

시민이 이 나라의 주인

 

이재명 대통령도 당선이 확실시되는 64일 새벽 서울 여의도의 개표방송 집회에서 제1성으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시민 여러분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 우리가 그동안 간절히 바랐던 것은 바로 이 나라가 평범한 시민들의 나라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바로 시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얘기였다.

사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초등학생도 다 아는 명제를 당선 소감으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질곡의 세월을 우리가 거쳐온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어둡고 괴로운 내란성 불면의 밤을 지새웠으며,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수조 원의 손실을 입은 나라 살림 속에서 얼마나 허허로운 식탁을 마주 보며 한숨을 내쉬었나.

그렇다고 그 세월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반년의 시간 동안 다시는 뒤로 돌릴 수 없는(不退轉) 민주주의와 공화정의 원리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내란의 밤에 군인들의 의식 속에 더 크고 깊게 각인되었는지도 모른다. 맨손으로 총부리를 잡아채는 시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 스스로 부당한 명령에 어떻게 사보타주 해야 하는지 그들은 이번에 생생하게 깨우쳤을 것이다.

 

공익제보가 내란 극복의 동력

 

시민이 주인이라는 사실은 그에 그치지 않는다. 담박 우리 인식의 지평에 잘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공익제보가 이번 내란 극복의 중요한 동력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은 20225월 출범 때부터 위기가 아닌 시기가 없었고, 그 중심에는 늘 당시 대통령 부인 김건희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부적절한 처신이 의혹수준이 아니라 사실로서 처음 제시된 것이 202311월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가 공개한 명품백 수수문제였다. 최 목사는 자신을 명백하게 공익제보자라고 지칭했다. 이 무렵부터 대통령 부부는 동영상으로 공개된 뇌물 수수 현장의 명백한 증거 앞에서 유난히 허둥대기 시작했다.

그보다 조금 앞선 20237월 한반도 폭우 사태로 그 복구에 나섰던 한 해병 병사가 해당 사단장의 무리한 작업 지시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대해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해 해당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고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시 대통령이 격노하며 사단장을 무혐의 처리하도록 압력을 가한 일이 박정훈 수사단장에 의해 공개됐다. 일종의 공익제보가 된 것이었다.

그 값은 혹독했다. 박 수사단장은 항명의 수괴로 재판에 회부됐고, 사안은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해병대 OB들이 박 단장의 도우미를 자처하며 나섰고, 많은 시민단체들이 결집했다. 결국 박 단장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오늘도 굴하지 않는 꼿꼿한 자세로 재판에 임하며 자기 길을 가고 있다. 그는 비록 현역 군인 신분이지만 체화된 시민의식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처신은 시민사회 일반과 군 사회에 합리적이지도 않고 신뢰할 수도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낳으면서 막다른 길목으로 줄달음질 쳐 갔다.

마지막은 또 군인들의 이야기다. 이번 내란 사태에서 몇몇 군인들이 보여준 용기있고 당당한 처신이다. 특히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도끼로 [국회 본회의장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증언한 것이다. 또 특전사의 한 중간간부는 윤석열이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해 회자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레토릭을 2025년 그의 내란 재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그의 면전에서 그대로 돌려준 일도 있었다. 그밖에 홍장원 국정원 차장 역시 국회 정보위에서 계엄 당일 오후 1053분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그게 뭐 특별하냐고?

 

있었던 일을 있었던 그대로 증언하는 게 뭐 특별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증언들의 상당수가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 전에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몸조심하던 시점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런 증언들 역시 시민의식을 전제로 한 공익제보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내란 사태가 일단 마무리되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마당에 이렇게 공익제보의 역할을 생각해보는 마음이 남다르다. 공익제보야말로 시민이 이 사회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새 시대를 열어가는 가장 중요한 발걸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양심의 소리 호루라기재단의 발걸음은 오늘도 힘차게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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