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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기고글] “국정원 내부고발자 국민이 지켜야 할 때”

  • 호루라기재단
  • 2013-02-21
  • 조회수 488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786
[기고] 이지문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국정원 댓글녀 행위, 비밀 지켜줘야 할 정당한 직무 아니다
이지문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불과 1주일 전 대법원이 재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여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데 이어 국정원 내부고발자가 파면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필자는 여기 강도가 있다고 소리치는 사람만 처벌되고 오히려 강도들은 재물을 강탈하고 나서도 활개치고 당당하게 다니는 거꾸로 된 우리 사회의 정의에 대해 분노하면서 내부고발자의 한 사람으로서 몇 자 의견을 적고자 한다.
 

일명 ‘댓글녀’라고 불리는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전직 직원을 통해 민주당에 제보했던 직원에 대해 국정원은 비밀누설 금지와 전직 직원 접촉 금지 등 국정원 직원법 위반을 적용해 최고 수위의 중징계인 파면 조처를 내렸고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그리고 이에 협조한 또 다른 직원 2명을 징계조처 했다. 국정원의 이러한 조치는 내부고발이 발생했을 때 조직이 취하는 전형적인 행태다.
 

국정원은 고발의 대상이 된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대변인의 언론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발자를 추악한 범죄자, 인간쓰레기로 매도하면서 비밀누설이니 정치관여 위반이니 하는 실정법을 들이대어 처벌하고자 덤벼든다. 이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고발 내용보다는 고발자 개인으로 돌림으로써 문제를 덮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직원들에게 내부고발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확실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 잠재적 고발 자체를 봉쇄함으로써 불법행위에 눈 감도록 하는 나쁜 조직논리를 강요한다.
 

그러나 이들이 제보한 ‘댓글녀’ 직원의 행위는 국정원법에 근거한 정당한 직무수행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비밀이 아니며 당연히 누설해서 안 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제보 과정에서 설령 국정원 직원으로서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법과 법이 충돌할 때 사회적으로 더 큰 가치를 인정받는 법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국가기관, 특히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는 보다 큰 법적 가치에 충실하고자 했던 행위는 당연히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국정원에 지금 요구되는 것은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적반하장격인 징계와 형사고발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제기한 명백한 국기문란이자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행위가 되는 국정원의 대선여론조작을 통한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관련자 처벌과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정원의 명예를 떨어뜨린 것은 내부고발자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국익증진보다는 정권유지와 자신들의 입지 보장을 위해 국정원을 정치에 끌어들인 음지 속 세력이다. 이런 사실을 지금이라도 직시하고 진정으로 ‘정권’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기관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도 관련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최근 행태는 의혹을 오히려 은폐하고자 하고 내부고발자 징계를 통해서 직원들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고, 경찰 수사 역시 신뢰를 담보하기에 어렵기 때문에 즉각적인 국정조사가 요청된다. 철저한 국정조사를 통해 처벌의 대상은 내부고발 직원들이 아니라, 이들이 제기한 대선개입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2년 전 <한겨레21>의 1990년대 이후 대표적 공익신고 사건 36건 전수 조사 결과를 보면 12건(31.5%)만 비리혐의자가 유죄판결을 받은 반면 아예 사법당국 수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도 10건(26.8%)이나 되었다. 그리고 45명 공익신고자 가운데 20여명은 오히려 파면·해임당한 반면 비리혐의자 10명은 오히려 승진했다고 한다.
 

한밤중에 옆집에 도둑이 들어왔는데, 사실 도둑 수준이 아니라 강도 수준이지만, 이 사실을 목격한 내가 그냥 지나치지 않고 대신 신고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경찰에 지쳐할 때 옆집에서 “사람 살려”라는 고함소리가 나 현관을 박차고 들어가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도둑이 도망가게 되었다고 해서 뒤늦게 출동한 경찰이 달아난 도둑은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왜 야밤에 남의 집을 부수고 들어갔느냐 하면서 나를 처벌하는 그런 우스꽝스러운 우리의 자화상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이제 우리 자화상의 얼굴을 바꿀 때가 됐다.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자 한다. ‘정의롭지 못한 것을 봤을 때 여기 정의롭지 못한 것이 있다고 호루라기를 부는 것에서 정의는 시작한다’고. 그리고 누군가가 그렇게 불어제친 정의를 우리가 지켜줄 때 그 정의가 뿌리내릴 수 있다고. 지금은 국정원의 내부고발자들이 우리가 지지해줄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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