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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고] 기본권 위의 기본권 ‘표현의 자유’

  • 호루라기재단
  • 2012-03-29
  • 조회수 82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1012119155&code=990304
최진봉 |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입력 : 2012-01-01 21:19:15ㅣ수정 : 2012-01-01 21:19:15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한정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선거관리위원위가 공직선거법 93조1항을 근거로 가로막아온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다시 보장받게 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결과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다른 어떤 권리보다 우월한 효력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수정헌법 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어떠한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고 못 박고, 표현의 자유를 민주주의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고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기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참다운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지는 최근 메릴랜드주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최근 메릴랜드주 지방법원은 한 여성에게 트위터와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무려 8000여건에 달하는 악의적이고 적대적인 글을 올린 남성을 처벌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이 사건의 주심을 맡은 판사는 트위터와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도 미국의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개인의 표현의 자유 조항에 의해 보호돼야 한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의 발단은 메릴랜드주에 있는 한 티베트 불교단체 지도자인 앨리스 제올리와 이 단체의 신도였던 윌리엄 로런스 캐시디 사이에 마찰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지난 2007년 캐시디의 청혼을 제올리가 거절하자 앙심을 품은 캐시디가 2008년부터 2년 동안 “제올리가 죽기를 원한다”는 등 무려 8000여건에 달하는 악의적인 글들을 트위터와 블로그에 올렸다. 이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제올리는 연방수사국에 수사를 요청했고 연방수사국은 지난 2011년 2월 캐시디를 스토킹과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법 위반혐의로 체포해 메릴랜드 지방법원에 기소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맡은 판사는 캐시디를 처벌할 수 없다며 소송을 기각한 것이다.
 
 
 
티투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캐시디가 온라인에 올린 글들이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돼야 하는 이유를 두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캐시디가 글을 올린 공간은 온라인이다. 아무도 제올라에게 캐시디가 올린 글을 강제로 읽도록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록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글이 누군가에 의해 게재가 되었더라도 글을 읽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제올리에게 보장돼 있었고 제올리는 이러한 글들을 읽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둘째, 피해자인 제올리는 메릴랜드주의 불교단체 지도자로 이미 지역 내에 많이 알려진 공인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보다 개인 사생활과 명예훼손에 대한 보호의 범위가 적다는 것이다. 공인은 일반인들과 달리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 일부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보장으로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정신적인 피해와 스트레스를 받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미국 법원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개인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결한 이유는 자유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다른 어떤 기본권보다 우월한 효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의 사상이나 생각, 또는 정치적 의사표현이 특정 정치성향이나 집단이 받아들이기에 거북하다 하더라도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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