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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호루라기 언론상에 경향신문사 디지털뉴스국 경향리크스

[부문별 심사평과 수상 소감]

  • 이영기
  • 2013-06-07
  • 조회수 310
[부문별 심사평]
 
‘언론ㆍ표현의 자유’ 분야에 추천된 심사대상들 가운데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두 건이었습니다. 해직 및 파업중인 언론인들과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 등이 중심이 되어 제작해 온 인터넷 및 팟캐스트 방송 <뉴스타파>와 경향신문사 디지털뉴스국에서 운영하는 <경향리크스>가 그것이었습니다.
 
두 건 모두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프로그램이고 우리 척박한 언론 현실 속에서 이들이 거둔 성과도 일정한 정도 나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이 심사한다는 것이 새삼스럽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호루라기상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끈 대목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우선 <뉴스타파>는 일반 언론들이 다 아는듯하면서도 실제는 놓치고 있는 맥점들을 짚어가는 귀중한 활동을 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소 변경 문제라든가 제주 강정 마을 르포 같은 것들이 그런 예일 것입니다. 그것도 그저 문제의식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제작을 통해 대중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보도물을 산출해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지평을 확장하고 충분히 우리 사회의 경종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경향리크스>는 ‘공익적 제보’와 ‘언론’의 두 기능을 결합하면서 우리나라 언론 최초로 이를 위한 플랫폼을 갖췄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철저한 익명성의 보장과 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서버의 해외 설치 등이 그것이었습니다. 이는 현재 성과물의 다과를 넘어서서 장차 두 기능이 체계적으로 결합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구조를 갖춘 것으로 이해됐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문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언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고자 분투해 온 프로그램’을 칭찬해주느냐, 아니면 ‘보도의 새로운 구조를 개척하기 위해 토대를 쌓아가고 있는 프로그램’을 격려해주느냐는 선택의 고민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같은 평면에서 비교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고민을 더욱 깊게 했습니다.
 
고민과 숙고 끝에 심사위원들은 <경향리크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첫째, 그것이 ‘호루라기상’의 취지에 보다 가깝고, 둘째, 우리 사회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제보’의 문제에 구조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칭찬할 만하며, 셋째, 상을 주어 격려하는 효과가 더욱 크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는 것 등이 이유였습니다. 마지막 이유와 관련해서는, <뉴스타파>가 이미 다른 상을 한 차례 받았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경향리크스>가 현재의 구조를 잘 살려나가되 수동적으로 제보를 기다리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곳을 발굴하는 노력도 함께 경주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자명종’과 ‘방화벽’의 역할을 더욱 힘차게 수행하기를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수상 소감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특히 같은 길을 걷는 호루라기재단으로부터 큰 상을 받아 더욱 기쁩니다. 이영기 이사장님, 엄주웅 상임이사님과 여러 이사님들, 그리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상을 주신 ‘경향리크스’는 경향신문이 국내 언론사 최초로 개설한 공익제보사이트입니다.
작년(2011년) 초, 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폭로로 튀니지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 외신은 ‘재스민 혁명’ ‘위키리크스 혁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진실의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의 것 부러워만 하지 말고 우리도 이런 것 한 번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위키리크스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향리크스’를 준비하며 가장 주안점을 둔 대목은 어떻게 하면 정보제공자의 신원을 완벽히 보호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었습니다. 만의 하나 있을지 모를 검찰이나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위키리크스가 사이트를 개설한 스웨덴에 똑같이 서버를 구축했습니다.
 
사이트 개설 이후 1년 반 동안 총 1,000건이 넘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제보 내용은 경향신문 편집국 기자들의 확인 취재를 거쳐 하나하나 보도됐습니다. 포스코 동반성장 평가 논란, 전재산 29만원 전두환 골프치고 고급 양주파티, 환경부 체육행사 4대강에서 하라 공문,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 삼화저축은 사외이사였다, 4대강 나무심기 기관ㆍ기업에 강제할당, 초등학교에 원전으로 봄소풍가라, 전국 법원에 인지대 도둑… 등등. 수많은 제보가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계속 비밀에 부쳐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이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경향리크스의 모토입니다. 이런 면에서 경향리크스는 아직 할 일이 많을 듯싶습니다. 좋은 상을 주신 데 대한 보답은 앞으로도 숨겨진 진실을 밝혀 세상을 더욱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망시키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경향신문 디지털뉴스편집장 박래용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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